얼마 전, 늙으신 어머니께 따뜻한 음식을 드리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다 마라토너가 된 기봉 씨의 이야기, <맨발의 기봉이>란 영화가 개봉하여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신 적이 있다. 또 그 전에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스무 살 청년 배현진 씨의 이야기가 <말아톤>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전국 500만이라는 흥행 성적을 올렸다고 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모두 발달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이들은 지능 지수가 떨어지는 ‘바보, 멍청이’이다. 그런데 왜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는가? 그것은 아마 이들이 우리네가 잃어버린, 다시 찾고 싶어하는 무언가, 바로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이금이 작가의 『내 친구 재덕이』(푸른책들, 2006)는 또한 순수한 마음을 가진 두 아이, 재덕이와 나(명구)가 나온다. 또래의 아이들에게 바보라고 놀림 받고, 따돌림 당하고, 걸핏하면 폭력까지 당하는 재덕이. 같은 동네에 사는 ‘바보, 멍청이’ 재덕이를 놀리고, 따돌림 시키고, 걸핏하면 때리는 명구. 이 둘은 우연한 기회에 서로 소통을 하게 되고, 마침내 교감을 하게 된다. 그러다 느닷없이 현실의 이별을 통해 그리워하게 되고, 다시 해후하면서 더 강한 교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과정을 화자인 명구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건의 굴곡을 파고들지 않고 중심인물의 심리 변화를 자연스레 좇아가는 이러한 방식은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어느새 중심인물의 심리에 자신의 심리가 완전하게 겹쳐지는 가슴 뭉클한 경험을 하게 해 준다. 재덕이를 만난 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슴에 오래 간직해 온 이야기를 비로소 풀어 놓은 이 책 『네 친구 재덕이』는 이금이 작가의 치열한 작가정신을 여실히 보여 주는 작품이다. 3편의 연작 「우리 동네 재덕이」, 「내 친구 재덕이」, 「내 마음 속의 재덕이」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그리 길지 않은 분량 속에 이금이 작가가 한결같이 추구해 온 따뜻한 휴머니티가 진하게 녹아 있다. 또한 연필만을 사용하여 단색으로 표현한 성병희 화가의 그림 역시 주요 인물들의 동작과 표정을 충실히 그려내고 있는데, 이는 내면 풍경에 대한 섬세한 묘사라 할 만하다. 독자들은 책을 펼쳐들고 미처 텍스트를 읽기도 전에 그림들을 보는 순간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텍스트를 한 줄 한 줄 읽어가면서 작가와 화가가 이루어내는 완벽한 조화에 독자들은 고개와 마음을 동시에 끄덕이게 될 것이다.
우리 동네 재덕이내 친구 재덕이내 마음 속의 재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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